다크나이트, 히스 레져

세로 쓰는 이야기 2008/08/1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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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용산 CGV, 아이맥스관,
2008 08 15, 17:30



오늘은 방황하고 있었다. 그 어디도 갈곳을 못 정하고 배회하다가 결국 나는 이상하게도 17시 30분
용산CGV 의 아이맥스 영화관에 앉아있었다.

처음이었다. 아이맥스 영화를 본 건.

그리고 20년만이었다. 베트맨을 다시 만난 건.

내가 8살 무렵 '첫 영화관'의 기억,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의 <베트맨>.


어린 날의 나에게는 베트맨만이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조커의 모습이 보였다.
28세 어른의 나이인 나에게는 그랬다. 나는 26세 쯤인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떠다니는 어떤 글을 보았다.
'조커'의 활짝 웃는 모습 사진과 그 옆에 적힌 조커의 대사,

"나는 언제나 웃고 있지. 하지만 그건 나는 표정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야."



그때부터 내 관심은 베트맨에게서 조커로 옮겨갔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는 어린시절에 보았던 <베트맨>이라는 영화를 다시 헤아려보게 되는 일, 어른이 되어서는.

베트맨이, 베트맨이 된 이유,
조커가, 조커가 된 이유,

둘 모두 상처를 간직하고 있었다. 도시 속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 그리고 조커의 상처 쪽이 조금 더
잔혹하고, 조커의 상처는 계속 굉음을 지르며 도시를 난도질한다.

영화를 집중해서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이 보였다.

베트맨과 조커와 레이첼과,
전편에서는 사랑하는 연인 사이였을 베트맨과 레이첼이 또 다른 관계에 속하게 되는 일.


조커는 동류를 만들기 위해, 혼자서는 너무나 외로웠기에

자신과 같은 피해자(하비 던트, 아론 에크하트 분)를 만들어낸 것일까 의문.

'선량한 사람도 모든 것을 참혹하게 빼앗기게 되면 그는 악으로 변할 수 있다.
 그는 상처로 신음하고 그는 세계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나는 너를 통해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다'


.
.
.

영화는 조커의 상처를 용서하거나 치유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베트맨>의 가치 하나는
'조커'라는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

강도, 강간, 사건과 사고가 난무하고 어린이 학대...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복잡한 도시 속에
가려져 있는 상처를
'조커'라는 인물을 통해

스크린 위에 보이고 있는 것.

 


"영화는 조커의 상처를 용서하거나 치유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지만,
단지 어떤 존재의 상처를 타인의 눈 앞에 드러낸다는 행위 자체가
'치유'에 가까운 것이라고 볼 때

<베트맨>은

참 묘한 영화다.


지극히 단순하게 '베트맨'과 같은 도시의 구원자, 영웅을 바라는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고 있는
블록버스터인 것 같으면서도
그 이야기의 내부는
상처입은 두 축의 인물로 구성된다. 상처입은 두 축의 인물은 '선'과 '악'으로 화하지만,
그런 연유인 탓일까
완벽한 선도 완벽한 악도 없어보인다.

'선'(베트맨)에게는 고뇌가 존재하고
'악'(조커)에게는 소리없는 비명과 외로움이 존재한다.

이렇게 쓴 순간, '선'(베트맨)에게는 외로움이 없는가,
대답은 NO.
<다크나이트> 편에서는 그게 절실히 드러나는 셈이다.






도시 속 불안전한 삶에서 만들어진 상처와 상처받은 인물, 그리고 복수

이런 것들 때문에

함께 떠오른 영화는 조디포스터 주연의 <브레이브 원>.



두 영화 모두
쉽게,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를 보며 생겨나는 질문과 의문 결론 역시
쉽고 편안하지 않다.







여담.

오늘은 백중이었다.
백중은 '구천의 문이 열려 귀신들이 모두 빠져나오는 날'이라고 한다.

그런 날에 <다크나이트> 영화를 보고,
근래에 세상을 떠난 배우 히스 레져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일이

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베트맨 I>편을 처음 보았던 8살 짜리의 설렘을 퇴색하게 만들지 않는
2008년도 <다크나이트> 속의 '완벽한 조커'는

세상을 떠난 그 배우에게 고마움이나 존경을 표해야할 것 같기도 하다.


그곳에서는 어색한 표정을 지을 일 없이
편히 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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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잊지 않으려고 쓰는 이야기들 2008/08/27 01:35 DELETE

    Subject: 다크 나이트 - 그는 최고의 조커다, 틀림없이

    히스 레저가 등장했다. 그는 화장을 하고 다녀. 사람들에게 겁주려고. 히스 레저의 이야기다. 아니, 그가 맡은 조커의 이야기다. 새하얀 분칠을 하고 새까맣고 짙은 눈화장을 드리우고 흉터부위를 따라 새빨갛게 칠한 입술. 꼬들꼬들한 컬의 머리카락. 히스 레저의 모습이다. 아니, 그가 맡은 조커의 모습이다. 그가 그렇게 처음 등장했을 때, 커다란 총으로 같은 일(?)을 하는 동료를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면서 가면을 벗으며 등장했을 때, 나는 예상했던 것처럼..
  1. GoldSoul 2008/08/27 01:35 Modify/Delete Reply

    편히 쉬기를.
    저는 히어로무비면 다 똑같은 히어로무비인줄 알았어요. 단순한 히어로가 강조되는 영화들 있잖아요.
    그런데 <다크 나이트>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하긴 동화책이나 만화영화보며 감동하는 것 보면,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말한 것처럼 이 세상에는 좋은 책과 나쁜 책 두 종류밖에 없는 것처럼 영화도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깐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다크 나이트>는 좋은 영화인 거예요. :D

    • 푸른바람, 2008/08/27 22:36 Modify/Delete

      혼자 어두운 영화관(어둡고 커다랗기도 했던 용산CGV 영화관)에서 편안히 보기에는 벅찬 그런 영화였지만
      '좋은 영화'인 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반가워요 GoldSoul님.. ^ ^

  2. ㅎ나래 2008/09/05 21:54 Modify/Delete Reply

    와~ 조커 사진 편집 예술이다. 멋지다는 말이 아니라 진짜 예술이다^^
    영화 속 조커보다 여기 사진 편집이 더 멋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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